Ho Sun Jang

intern_장호선

Internship period: 2015.02.16- 2015.02.27

#1. 시작
해외 실무실습. 그것도 뉴욕에서의 실습으로 부푼 가슴을 안고 도착한JFK. 추위가 한풀 꺾인 한국과는 달리 뉴욕의 2월은 아직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한 상태에서 찬바람을 맞아서 였을까 단단히 탈이나 집에서 꼼짝도 못하는 신세가 이틀. 실습 예정일 보다 사흘 일찍 도착했음을 감사하며 첫 주말을 보낸 후 드디어 생애 첫 실무 실습. 김앤배로의 출근날이 왔다.

#2. 첫인상
먼저 갔던 선배들, 동기들이 들려준 김앤배는 뉴욕의 겨울만큼이나 칼바람 이는 곳이었다. 한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고,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을시 엄한 꾸중이 뒤따를 것이며 특히 김봉준 대표변호사님께 훈계 받게 된다면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게 전언이었다. 때문인지 설렘보다는 긴장 가득 했던 첫 출근. 처음 만났던 Steve 대리님을 비롯하여 친절한 미소로 받아주던 직원분들 덕에 조금 긴장이 풀리는 듯 했으나 이윽고 김봉준 변호사님의 호출이 있었다.

-매의 눈
사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 한눈에 전반적인 부분을 두루 파악하는 모습이 마치 상공에서 사냥을 하는 매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연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들 근태를 비롯하여 업무 관련 내용 등 날카로운 질문으로 상대를 단숨에 압도해 버리고는 매서운 눈빛으로 가만히 우리를 응시하셨다. 세차게 몰아부치는 김변호사님에 주변이 모두 얼어붙었다. 그러나 곧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브리핑의 태도는 어떠한지 등등 세부적인 부분들에 대한 지적과 조언이 이어졌다. 많은 것을 주려 하신다는 맘이 느껴지자 차갑고 잔인하기만 한줄 알았던 공기의 흐름이 조금 달라지는 것 같았다.

#3. 정신못차리면 상대는 너를 밑바닥까지 끌어내릴 것이다.
익히 알고 있는 맥도날드 케이스를 비롯하여 김앤배에서는 미국 동부지역의 굵직한 한인 사건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 수습기간 중에도 여러가지 새로운 사건들이 많이 들어오곤 했다. 가장 최근사건은 인턴들 참여 기회가 많았고, 매일 오후 시간때쯤 김변호사님께 관련 사건 조사 내용 및 참관 내용을 브리핑해야 했다.

“정신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상대는 너를 밑바닥 까지 끌어내릴 것이다.”

관련 내용 브리핑 중 김변호사님이 인턴의 논리의 흠을 발견하고는 하신 말씀이다. 만약 재판장에서, 내가 너의 상대 변호사 였다면 판사 앞에서 나는 너를 처참히 깨부쉈을 것이다. 우리는 좋은 사람이 아닌 좋은 변호사가 되려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단순 이론이 아닌 실제 야생에서 살아남는 법을 어렴풋이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4. 미국의 중심에서 한국을 외치다 – 김앤배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힘
미국에 있는 한국인 로펌. 한국인 파트너 변호사의 리드 아래 많은 현지 변호사들. 언뜻 생각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틀 째 되는날 한달에 두번 있는 전체 회의 참석을 했다. 많은 미국인 변호사들 앞에서 한국식 내 가족 마인드를 말씀하시는 것이 조금 어색했다. 첫날 김변호사님의 말씀, 여기는 미국이다. 한국이 아니다. 라는 말과 상충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록 우리가 지금 미국법을 따르고 있지만,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이 한인이니만큼 한국식 마인드를 버리고 살아남을 순 없다는 뜻이리라. 아메리칸과 한국식의 경계. 아슬아슬한 줄타기와도 같은 그 정도를 지키기란 힘든일이지만 거친 미국땅에서 한인 로펌으로서 김앤배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힘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 싶다.

-사자가 새끼를 키우는 방법
미국의 법률체계는 당연하지만 한국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여러 번 참관했던 Closing만해도 변호사 없이 부동산 중개인과 처음부터 끝까지 거래를 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매매 변호사, 명의 보험 변호사 등 복잡한 법률관계가 얽혀 있고 한국에서와 여러모로 접근 방법 자체가 달랐다. 많은 한인들이 부동산 거래 하면서 어려워하는 부분도 그 점에 있다고 했다. 선임으로 있던 Paralegal 한 분이 있다. 거의 김변호사님이 끼고 가르치다시피 하는 분인데 매일 진행상황을 묻고 지적하고 인턴들 앞에서 예정에도 없던 브리핑을 시키시는가 하면,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을때는 가차없이 지적하시고 때로는 거칠게 몰아부치시기가 일쑤다. 그러나 이후엔 늘 충고와 조언이 잇따랐으며 잔인한 변호사들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을 몸으로 체득시켜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국식 도제 수업을 받는 김변호사님의 아기사자 Paralegal. 머지 않아 제법 스스로 사냥도 나갈 수 있을 정도로 단련 될 거라 생각하니 어쩐지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5. 마무리
짧았던 2주간의 인턴생활이 어느덧 막바지다. 짧은기간 동안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싶었다. 주변의 말들로 겁도 많이 났었다. 많은 것이 어려웠고 긴장되는 2주였다. 그러나 생각보다 따뜻했던 사무실 분위기와 바쁘신 와중에도 인턴들 많이 위해주신 김봉준, 배문경 대표 변호사님. 그리고 부동산 전문가 심과장님 덕분에Closing case에 참여 한게 두 번, 진행 중 사건 관련하여 Police Report 조회 및 자료 요청 업무를 맡아하게 되면서 짧은 기간에 여러가지 실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회사생활 처음해보는 숙맥같은 인턴에게 이것 저것 많이 알려준 선임 분들. 부동산 관련 케이스에 많이 데려가 주시고 알려주신 심보 과장님. 인턴들 총괄하시느라 너무 수고하신 스티브 대리님, 윤원기 부장님 등 이 계셨기에 짧지만 값진 2주간의 인턴생활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끝으로, 이론보다는 실제를. 살아남는 법을 알게 해주신 김봉준 대표변호사님을 비롯한 모든 김앤배 일동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