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o Hyung Jung

Jung, Joo Hyung

추위를 이기는 온기

추위와 부딪치다

난생 첫 발을 내딛은 뉴욕은 무척이나 추웠습니다. 문자 그대로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서 첫 발을 내딛은 인턴 생활은, 그 추위가 비단 날씨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Greeting 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한 첫 날부터 후기를 작성하는 지금까지의 2주 동안, 제가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세상은 호락호락하지도 마냥 호의적이지만도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그 세상이 ‘변호사’에게 향할 때, 그 추위는 두 배 또는 그 이상이 되어 다가오는 것 같았습니다.
KIM&BAE의 세상에 들어온 인턴에게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적극성입니다. 모두가 맡은 일을 처리하느라 넘치게 바쁜 이 곳에서 인턴이 할 일은 그들의 넘치는 업무를 도와주는 일입니다. Copy, scan, filing은 물론 각종 translation, research, summary를 도우며 작은 일 하나부터 배우기 위해서는 매사에 능동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필수적입니다. 가만히 앉아 누군가가 떠먹여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울거리를 찾아나서야 하는 곳이 현실임을 느꼈습니다.
또한 김봉준 대표변호사님께서 전체회의때 말씀하신 ‘mature adult로 구성된 family’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responsibility와 loyalty’를 강조하는 곳이 바로 이 곳 KIM&BAE입니다. 어떤 변호사이든, 어떤 로펌에 속해있든 새겨들어야 할 KIM&BAE의 철학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responsibility와 loyalty’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서부터 시작됨을 배웠습니다. 가령 콜라와 같이 찬 음료는 값비싼 따뜻한 음료용 종이컵에 따르지 않는다거나, 자기 필기구를 가지고 리필하여 쓰는 등의 행위는 단순히 돈을 절약하는 차원을 넘어 ‘나의 것’이라는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KIM&BAE가 어떻게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사소함과 관련해서는 “실수는 결코 허락되지 않는 곳,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하는 곳이 로펌”이라는 김봉준 변호사님의 말씀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예컨대 우편발송에 주소를 잘못 적는 것이나 수 백장의 서류를 스캔하면서 단 한 장을 누락하는 것만으로도 전체 사건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이 변호사의 세상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항상 double check하는 등 치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client meeting을 할 때는 말 한 마디, 몸짓 하나, 순간순간의 표정까지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생각하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행해야 하는 곳이 변호사의 세상입니다.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은 물론, meeting의 분위기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그 목표에 맞게 접근방법을 고민하고, 이를 행하는 과정이 무척이나 인상깊었습니다.

온기로 맞서다

철두철미하고 차가워 보이는 변호사의 세상이었지만, KIM&BAE의 식구들은 따뜻합니다. 이들의 온기 덕분에 추위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여러가지 사소한 일처리하는 법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도와주던 Vivian씨와 Yuna씨, Valentine’s day라며 초콜렛을 만들어 선물해준 Lani씨, 인턴이 해야할 일들을 알려주고 함께 야근까지 하며 동료애를 쌓아나간 Daniel씨 및 먼저 온 선배인턴분들 등 같은 공간에서 함께 나눈 직원들의 온기 덕분에,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할 수 있었습니다.
점심을 샌드위치로 때우며 일하실 정도로 바쁘심에도 불구하고 일거리만 툭 던져주시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웃는 얼굴로 저에게 공부가 될 수 있도록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던 Jimmy변호사님, 미국 특유의 제도인 부동산 closing 과정에 데려가주시고 오가는 길에 awful한 client를 대하는 법을 알려주신 David변호사님, 마주칠때마다 웃는 얼굴로 안부를 비롯해 이것저것 물어봐주시던 Peter변호사님, 키친에 과일 등 간식거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항상 배려해주시는 배문경 대표변호사님을 비롯한 KIM&BAE의 변호사님들 역시 인턴생활을 따뜻하게 채워주신 고마운 분들입니다.
JFK공항까지 pick up나와주시고 인턴생활에 필요한 사항들을 orientation해주신 Steve대리님, closing과정에 대해 알기 쉽게 친절히 설명해 주신 심보용 부장님, 야근할 때마다 함께 야근하며 저녁도 챙겨주시고 여러가지 일들을 자상하게 배려해주신 윤원기 부장님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따스한 분들입니다.
무엇보다 매번 무섭게만 보이던 김봉준 변호사님 역시 사실은 마음 속에 온기를 한가득 품고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느끼고 갈 수 있어 기쁩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일을 인턴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따로 가지며 변호사로서의 마음가짐이나 자세, 태도, 일을 처리하는 방식 등을 알려주려 노력하시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특히 ‘압도하는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나 ‘겉으로 보이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예비 변호사로서 지금부터 갖춰야할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턴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변호사인 것처럼 2주간 훈련시켜 주신 점에 대하여 후기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진짜 뛰어난 변호사는 오히려 자상하고 soft한 태도로 적을 대한다. 적을 긴장시키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좋은 사람일 수록 더 긴장하고 조심해야함을 의미한다.”라는 김봉준 변호사님의 말씀에서 느낀 변호사의 삶은 무섭도록 생생한 ‘현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현실에 맞서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서로를 믿으며 함께 나누는 동료들의 온기, 언제나 client를 중심에 둔 변호사의 따뜻한 온기임을 느꼈습니다. 책에서 보이는 ‘이상’을 좇아온 저에게, 이곳에서 부딪친 ‘현실’은 그 둘의 조화점을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준 KIM&BAE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