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ojin Jung

Internship period: December 29, 2011 to January 31, 2012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기 정유진이라고 합니다.

마무리하는 날이 오다니, 실감이 나질 않네요. 아마도 손 흔들며 간다고 인사할 때가 되야 ‘가는구나!’ 하면서 울먹거릴 것 같아요.

1. 오기 전, 부푼 가슴을 안고
로스쿨에서 KIM&BAE의 인턴쉽 공모를 보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뭘까’, ‘내가 지금 볼 수 있는 게 뭘까.’ 궁금했습니다. 너무도 식상하지만, ‘넓은 세상을 보고 시야를 넓히고 싶었다’ 라는 것이 저의 계기였죠. 로스쿨도입,법조일원화, FTA, 법률시장개방…고루하고 하나밖에 모르는 변호사로는 경쟁에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둘을 넘어서 그 두개를 병합시키고, 또 다른 가능성까지 제시할 수 있는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싶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도태되는 게 아니라 변화된 패러다임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나아가 시대를 이끌어나가는 리더가. 영어로 법무실습을 해야한다는 부담감과 막연한 기대감이 미묘하게 섞여서 심장이 마구 뛰었습니다.

2. 배심원 재판 : 보이지않는 혈투!
역시 저는 행운의 여신이 늘 함께 하더라구요. 적절한 시기와 김봉준 변호사님의 배려로 배심원재판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배심원의 선정과정, 증거개시와 전문증거, 독과수의원칙 등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죠. 한국에서의 국민참여재판과의 차이점을 비교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 법정에서는 고압적이고 날이 서있는데, 그것과는 다른 미국 법정 분위기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변호사님과 함께 사건에 대해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머리를 맞대고 답을 도출해내기도 했습니다. 변호사님은 저에게 ‘너라면 어떻게 할거니?’ ‘내 생각과 주장은 이런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오늘 법정에서 반박이나 이의제기에서 문제는 뭐가 있었는지’ 같은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으로 지도를 해주셨습니다. 변호사가 원하는 서류를 찾아서 복사, 분류하거나 팩스 보내는 일도 했고, 무거운 서류가방들을 양 어깨에 메고가는 일도 했고, 스텐드를 세우고 증거사진스텐드를 설치하는 것도 제 업무였습니다. 책이나 강의설명으로는 깨달을 수 있는게 아니지요. 또한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의해서 통역서비스를 신청하고, 클라이언트께서 너무 긴장해서 진술에서 실수가 없도록 다정하게 손을 잡아주고 다독거려드리고 심리적 안정을 드리는 것이 제 역할이기도 했습니다. 혹여나 생길수도 있는 역소송을 대비해서 소송진행 보고서도 작성했지요. 주장과 이의제기, 반박과 진술, 증거제시 등은 어떨 땐, 날카로운 단도처럼, 어떨 땐 허를 찌르는 게릴라공격처럼 주고받았습니다. 그야말로 보이지않는 피튀기는 싸움이었죠. 변호사와 로펌의 역할과 법률가로서의 자세를 생각해볼 수 있었답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날렵하고 강한 무기를 가진 용병이 되겠다는 다짐을 했죠.

3. Issue&Issue: 내가 쓴 글이 TV에 나온단 말이야?
KIM&BAE에서는 김봉준대표변호사님께서 직접 TV방송에서 한국과 미국의 시사이슈를 말하는 이슈앤이슈라는 프로그램을 맡고있습니다. 뉴저지와 뉴욕의 한인방송에서도 비중이 꽤나 큰 교양, 시사정보 프로그램이고 KIM&BAE도 광고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대본 작성 작업을 저에게 부여하셨죠. “유진이가 한번 써봐.”라고 하셨을 때의 감격이란! 매우 기뻤습니다. 변호사님은 큰 의미를 두지 않으셨을지 몰라도 저는 ‘너를 믿고 일 시키니까 김앤배 이름으로 방송될 프로그램 글을 써봐.’로 느껴졌으니까요. 제가 인터넷 리서치와 신문탐독, 작성을 한 대본이 KIM&BAE를 대표할 방송에 나간다는겁니다. 퇴고를 반복하고, 지적을 받기도 하면서 1월 새해인사부터 8개의 대본을 제출했네요. 방송촬영을 하고, 편집하는 과정, TV로 송출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4. 광고제작: 이런 멋진 로펌같으니라고!
이럴수가! 자체제작 로펌광고인데 이렇게 멋질수가! 김봉준 대표변호사님이 저에게 광고의 모델로 출연할 것을 제의하셨죠. 역할과 인물 캐릭터가 우아하고 이쁜 공주같은 캐릭터는 아니었고, 지나가는 제안으로 그쳤지만 어찌되었든 그 분의 말씀은 제 감정을 매우 고조시켰답니다. 그리고 저는 광고문구를 만들어보라는 지시도 받았습니다. 짧은 시간에 머리를 쥐어짜서 10개의 아이디어를 제출했고, 실제로 쓰여질만한 것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역시 KIM&BAE의 창작품에 내 아이디어를 제출하는 것은 마치 중역으로 등용되는 문관의 심정이었지요.

5. 독도: 끝나지않은, 이제 시작인 우리의 이야기
독도에 대해서 잘못된 정보를 싣고있는 일본교과서와 그에 맞서는 KIM&BAE의 활약상은 한국에 있을 때부터 유명했지요. 저도 열심히 찾아봤고, 와서 진행경과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소송진행상황을 한국정부에 전달하는 처리업무를 맡았습니다. 실수하지않도록 몇 번이나 검토했는지 모르겠네요. 문제제기를 하고 사회에 의문을 제기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끝이 아니라, 시작점을 알린 것이었고, 그래서 다른 로펌의 귀감이 되는 KIM&BAE 인거죠.

6. 만능 인턴을 향해!: 쓰임새 많은 맥가이버칼이 되길!
점심 시간이 정해진 게 아니었죠. 주어진 일을 하는 때 따라서 융통성있게 조절해서 알아서 챙겨먹어야했어요. 점심시간에 오트밀로 대신하거나, 야근을 하게되는 일도 다반사였죠. 하지만, 그건 사실 일을 열심히 한다고 대견하다고 할 일이 아니라, 많지않은 양을 효율적으로 끝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을 일이기 때문에 힘들었어요. 열심히 해도 잘하지못하니까 스스로도 답답하고, 우울했던거죠. 실무에서는 열심히 하는 건 기본이고, 잘해야만 하는거니까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많이 혼나기도 했네요. 하지만 그건 분명 그만큼 중한 일들을 많이 제공해주시기 때문이기 때문에 감사드리고, 고마워해야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분명 커피 타고 복사만 하거나 시간이나 떼우고 가도록 방치되어있었더라면 실수하거나 잘못해도 이렇게 화내실 일도 아니고, 저도 혼나거나 스트레스 받을 일도 아니겠지요. 중요하고, 쉽지않은 일들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진심으로 감사해야하는 일인거예요. 로펌에서 나가야 할 돈, 지출은 늘 확정되어있는데, 수입이 적어지면 압박을 줄 수 밖에 없는 위치라는 걸 어렴풋이 이해하게되고, 한국에서 변호사 출신 교수님들께서 이것도 비즈니스라고 하셨는데 그것도 어렴풋이라도 깨닫게 되었네요. 다른 사람들이 평생 모은 돈일 수도 있고, 사회적인 죽음까지도 가능한 일이 법률소송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의 입을 대신해서 말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정말 대단한 일이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우월적인 시선에서 우리는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아니라 소명의식을 가지고 책임감있게 맡아야할 의무와 권리를 체감했다는거죠. 인턴 업무를 하면서 조금은 나아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 서류들 목록 좀 만들어주세요” 라는 지시를 받으면, 서랍이랑 테이블이랑 선반에 있는 300여개의 클라이언트 서류봉투들에서 서류번호, 이름을 다 적어내고, 메모한 것들을 엑셀로 만들고, 순서대로 정렬해서 파일로 그 업무의 최고담당자와 지시한 상사님께 메일을 보내고 프린터로 출력해서 이쁘게 표 크기로 자른 후, 서류봉투를 놓아둔 선반들 앞부분에 착착 붙이는겁니다. 그러고나면 다른 분들께 혹시 시키실 일은 없으신지 물어보고 다른 업무를 맡거나 제가 처리해야할 다른 일들을 알아서 하는거죠. 일감을 얻어오는 건 힘든 게 아니라 내가 공부하고 성장할 수 있는 일을 받는다는 마음으로, 무언가 배우거나 얻어가는 건 전부 제가 하기 나름이었습니다. 어디든 갖다 쓸 수 있고, 누가 무엇을 시켜도 잘해낼 수 있는 맥가이버칼이 되어야합니다. 두려워도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7. 프로가 되어라.: 열심히는 기본이다. 잘해라.
사진첩을 만드는 일이 있었는데,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도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지 못했지요. 제가 미흡하게 처리하는 바람에 회사에 민폐를 끼치게 되고, 저에게 일을 시킨 직속 상사들도 줄줄이 혼났습니다. 미안하고, 정말 몸둘바를 모르겠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어찌할지 모르고 멍하게 있었습니다. 여기에서는 정말 많이 어설프고 누를 끼친 일이 많았어요. 눈치볼 일도 많고, 예상치 못했던 불호령에 움찔 하고 눈물 고인 때도 있었죠. 프로의 세계에서는 완벽해야만 합니다. 사소한 잘못이나 ‘에이~ 뭐 어때’ 라는 융통성은 무능력일 뿐이지요. 애정이 없으면 혼내지도 않아요. 써보고 도움이 안되면 한번 시켜보고 이제 안시키거나 무시해버리면 되는거죠. 하지만 KIM&BAE에서는 혼내고 그리고 또 기회를 줍니다. 계속 지적해주고 조언해주고, 중한 일들 계속 시켜보는 건 제가 할 수 있다고 믿고 도와주고 싶어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열심히 하려고 해도 잘못하니까 그게 스스로 답답했죠. 그래도 주변 인턴분들과 상사분들이 당근과 채찍으로 절 길러주신덕에 저는 조금은 성장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영어회화가 부족하거나 영미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탓에 낯설고 힘든 부분도 있었습니다. 변명은 필요없어요. 못한다면 배우면 되고 잘못한거면 더 잘하도록 고치면 되는겁니다. 현실은 전부 제가 스스로 과거에 한 행동들의 결과물이고, 미래는 저에게 달려있는거니까요. 그렇다면 저는 이대로가 아니라 더 나아지고 변화하고 싶었고, 이건 여러분들도 느끼게 될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8. 끝으로…
아직도 할 말이 남아서 죄송합니다. 그만큼 생각나는 게 많나봐요. KIM&BAE는 검찰의 검사보조실무수습이나 다른 한국의 로펌실무수습 때보다 힘들었습니다. 엄청 바보같은 모습도 보이고, 성숙하게 숨기고 절제하는 것도 놓치고 눈물을 후두두둑 떨어뜨리면서 운 날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만큼 깊은 애정을 느끼면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때로는 마치 심리상담사처럼 저를 들여다보시고, 때로는 정말 진지하게 조언해주고 가르쳐주시고, 때로는 ‘너는 이제 우리 KIM&BAE 가족이야!’ 라고 외쳐주신 덕분에 정말 행복했습니다. 검찰에서는 부담스러우리만큼 정중하고, 친절하게 저를 맞이하셨고, 존중해주셨습니다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실무수습하는 로스쿨 학생의 지위에서는 그냥 기소여부를 제안하고, 검사받고, 문제를 푸는 학생처럼 만들어진 과제를 풀어갔죠. 주변 다른 동료분들은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된 것 같다며 방치당한 것 같다고 했죠. 그러나 여기 KIM&BAE에서는 제가 쓸모있는 사람이길 바랬고, 공들여서 저를 깎아주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은 저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는 것이었죠. 지나가는 흔한 인턴처럼 그러려니 할 수도 있는데, 애정 쏟고 신경써주시며 가르쳐주셨어요. 혼나기도 많이 혼났습니다. 청소를 하거나 커피를 타거나 하는 일이나 숙제를 내주고 풀어오거나 하는 사소한 일들을 맡겼다면, 그렇게 혼날 일도 아니었겠죠. 중요한 업무를 주신다는 사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숙제나 과제로 주는 게 아니라 실제로 당장 쓰이는 일을 부여해준다는 게 고마웠습니다. 책임감 있게 잘 하고 싶었는데, 제대로 못하니까 죄송스러운만큼 더 잘하겠다는 의지도 강해졌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든, 못하는 것이든, 무조건 일을 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일을 안주거나 비는 시간이 있으면 달라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모르면 배우고, 아는 거면 더 잘하도록 노력하면서 성장하는 거라고 말하고 싶네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로펌에서 바라는 인재상, 글을 쓰는 방법, 클라이언트를 모시는 방법, 동료들과 대화하는 방법 등 많은 것을 배웠네요. 정말 부족한 점이 많았던 저 인걸 알아서 죄송스럽기도 하고, 감사드리는 마음도 큽니다. 좋은 사람과 능력있는 사람은 분명히 다른 걸 알기 때문에, 다음에는 탐나는 인재가 되어서 다시 찾아뵙고싶습니다. 절 많이도 울먹거리게 만드셨고 또 그만큼 꺄르륵 행복하게 웃게 지도해주신 김봉준 대표변호사님, 제 인생의 롤모델이 되신 따뜻한 카리스마 배문경 대표변호사님, 온화하면서도 진지하게 조언을 해주신 윤원기 부장님 모두 감사합니다. 멋지게 성장해서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KIM&B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