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정의로운 세상 만들고 싶어요”

“정의로운 세상 만들고 싶어요”
1.5세 변호사 배문경씨 동포 무료변론 활약

생활이 어렵고 음지에서 고통받는 교포들을 위해 온정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 1.5세 교포여성 변호사가 있어 각박한 이민사회에 훈훈한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뉴욕과 뉴저지에서 이민법, 회사법, 상법담당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배문경씨(29, 미국명 크리스틴 배).
배씨가 그동안 경제적으로 어려운 교포들을 위해 무료변호 및 봉사를 펼쳐오고 있는 활동상황은 일일히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최근에는 스시바에서 일하다 손가락이 잘려나간 교포 스시맨의 직장상해연금을 받아내기 위해 무보수 봉사를 했으며 길거리에서 꽃을 팔다 경찰에 잡힌 가난한 교포남성을 위한 무료변론도 전개중이다.
“제가 돈을 안받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준다는 소문때문인지 경제적으로 어렵지도 않은데 무료변론을 해달라고 찾아오는 얄미운 교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뜻있는 의사들이 세상에 인술을 베풀듯이 저도 저를 찾는 사람들이 어떠한 마음을 먹고 찾든지간에 그들에게 밝고 정의로우며 인정이 넘치는 세상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배씨는 1976년 서울 명지초등학교를 다니다 미국에 온 이후 18세가 될때까지 한인사회를 거의 잊고 살아왔으나 청소년기가 지나면서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자각심이 강하게 들어 한국어도 열심히 배우며 한국의 모든 것을 알고자 노력했다고 말한다.
배씨는 몇 년전까지만 해도 얼국에 난 여드름을 <고드름>이라고 표현했다가 어머니께 혼이난적도 있다며 부끄러운 미소를 짓는다.
“청소년시절에는 미국학생들과 어울려 지내다 보니까 내자신이 한인이라는 생각도 별로 없이 지냈습니다. 그당시에는 단순히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판사나 검사가 되고 싶었죠. 나이가 들면서 한국인이라는 깨달음이 들자 내동포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배씨는 LA 에서 청소년시절을 보낸후 뉴욕에서 세인트존스대 심리학과와 롱아일랜드 제이콥 디 훅스버그 법대를 마쳤다.
“법대를 다니면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5년동안 실습을 하고 롱아일랜드 검찰청에서 검사의 길을 걷기위해 인턴쉽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경범이나 잡범을 상대하다보니 제가하고 싶은 사회봉사의 길을 걷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변호사를 시작했습니다.”
변호사 개업 이후부터 한인사회와 더욱 가까워진 배씨는 지난 몇 년간 퀸즈소재 무료변호봉사센터에서 일했으며 브루클린지역에서는 매맞는 여성들을 위한 무료봉사업무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배씨는 요즈음 또다른 일로 바쁜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한인비하 및 인종차별사태와 관련, 무료 변론을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배씨는 그녀가 하고 있는 일을 기특하게(?) 여기는 3명의 미국인 변호사들과 함께 시당국이 미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만반의 소송준비를 갖추고 있다.
“같은 한인으로서 한인들이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수 없죠. 문제는 이지역 한인들이 끝까지 자신의 권리를 찾겠다는 의지가 있느냐하는 점입니다. 저희는 연방대법원까지 가서라도 무료변론을 펼칠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한인사회와 더불어 성장하고 싶다는 배씨는 1.5세나 2세들이 한인사회에 좀더 많은 관심을 갖길 바라며 1세들도 이들을 한인사회에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말을 잊니 않는다.
– 임종규 기자

<사진> 배변호사와 함께 근무하고 있는 미국인 변호사들, 이들은 배변호사가 하는 일에 적극적인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